
올해 2월 말, 전 세계가 숨을 죽였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전격 공습했습니다. 그 뒤 4개월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지금 협상은 어디쯤 와 있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왜 갑자기 전쟁이 터진 걸까요
2026년 2월 28일 새벽, 미국의 '장대한 분노 작전(Operation Epic Fury)'과 이스라엘의 '포효하는 사자 작전(Operation Roaring Lion)'이 동시에 개시됩니다.
선전포고 없는 기습이었습니다. 국제 사회는 충격에 빠졌죠.
하지만 이게 갑자기 터진 사건은 아닙니다.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40년 넘게 쌓여온 갈등이 폭발한 겁니다. 직접적인 도화선은 세 가지였습니다.
- 핵 개발 — 2월 27일 IAEA가 이란 지하 시설에서 고농축 우라늄을 발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협상 분위기가 급변했고, 다음 날 바로 공습이 이뤄졌습니다.
- 대리전 세력 —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 반군 등 이란이 지원하는 무장세력이 중동 전역에서 활동을 확대하고 있었습니다.
- 이란 내 반정부 시위 — 2025년 12월부터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고, 이란 보안군이 수천 명을 살해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적 조치를 공개 경고했습니다.
공습 당일,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포함한 수뇌부가 사망합니다. 이란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이었습니다.
이란의 반격 — 호르무즈 해협이 닫혔다
이란은 즉각 반격에 나섰습니다. 바레인, UAE, 쿠웨이트의 미군 기지와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수백 발의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카드를 꺼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선언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해를 연결하는 폭 55km의 좁은 수로입니다. 매일 약 2,100만 배럴의 석유가 이 해협을 통과하는데요. 전 세계 석유 교역량의 21%에 해당합니다.
이 해협이 막히자 국제 유가는 즉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장기 봉쇄 시 14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죠.
한국 경제가 특히 취약한 이유
우리나라 얘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70.7%가 중동산이고, 그중 95%가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합니다.
코스피는 3월 초 19% 폭락했습니다. "9·11보다 더 빨랐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11.8원까지 치솟으며 2009년 이후 17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유가가 10% 오르면 생산자물가가 0.7% 오릅니다. 해상운임도 50~80% 인상이 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수출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3~5%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반면 수혜를 입은 곳도 있습니다. 한국형 지대공미사일 천궁-2의 중동 수출이 급증했고, 방산 관련주가 단기 급등했습니다.
4월의 혼란 — 협상과 군사 압박의 교차
전쟁은 단기전으로 끝날 것이라는 예상을 비웃었습니다. 3월 22일에는 이란 탄도미사일이 이스라엘 방공망을 뚫고 디모나와 아라드를 직격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4월 7일, 트럼프 대통령이 2주 임시 휴전을 발표합니다. 4월 11~12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대면 협상이 진행됐지만 21시간 만에 결렬됐습니다.
협상이 깨진 뒤 미군은 4월 13~19일 사이 호르무즈 해상 전면 봉쇄를 개시하고 이란 화물선 TOUSKA호를 나포합니다. 협상과 군사적 압박이 동시에 진행되는 혼란스러운 국면이었습니다.
6월 17일 — MOU 서명, 60일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파키스탄의 중재로 결국 6월 17일, 미국과 이란 대통령이 14개 조항의 양해각서(MOU)에 전자서명합니다. 이른바 이슬라마바드 MOU입니다.
핵심 내용은 이렇습니다.
- 60일 휴전 연장 — 협상 시한은 8월 16일까지입니다.
-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 60일간 통행료 없이 상선 통항을 허용합니다.
- 미 해상 봉쇄 해제 — 이란 항구에 대한 미 해군 봉쇄를 즉각 해제합니다.
- 핵 포기 재확인 — 이란이 핵무기 개발 포기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농축 우라늄은 IAEA 감독 하에 현장에서 희석합니다.
뉴욕타임스는 "사실상 휴전을 60일 더 연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습니다. 핵 프로그램과 제재 완화라는 핵심 쟁점은 다음 협상으로 미뤄진 거죠. 본게임은 이제부터라는 얘기입니다.
지금 이 시점의 새로운 불씨 — 이스라엘-레바논 변수
MOU가 서명됐다고 끝난 게 아닙니다. 6월 21일 현재도 긴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란 군부가 "이스라엘이 레바논 휴전을 위반했고, 미국이 MOU 1조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호르무즈 재봉쇄를 경고했습니다. 트럼프의 말도 이제 소용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거죠.
현재 이란 협상단은 스위스 뷔르겐슈토크(Bürgenstock)에서 미국과 후속 협상 중입니다. 60일 안에 핵 프로그램과 제재 완화라는 두 개의 거대한 산을 넘어야 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 3가지 변수
전직 미 국무부 부장관은 "60일 안에 모든 걸 타결짓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낙관적이지 않은 평가지만, 현실적인 진단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첫째, 이스라엘의 행동입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이나 이란에 추가 도발을 감행하면 MOU 자체가 흔들립니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둘째, 이란 내 강경파입니다.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강경 의지를 재확인하고 있습니다. 협상 테이블에서 얼마나 유연하게 나올지 지켜봐야 합니다.
셋째, 미국 내 여론입니다. 강경파들이 60일 협상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협상이 지지부진하면 군사적 압박 재개론이 고개를 들 수 있습니다.
8월 16일까지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중동의 향방, 그리고 국제 유가와 우리 경제의 체감 온도가 크게 달라질 겁니다.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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