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삼성전자가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한 바로 그날, 모건스탠리가 메모리 반도체 비중 축소를 권고하는 리포트를 냈습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물론 마이크론까지 아우르는 메모리 업종 전반에 대한 경고였는데요. 이 리포트가 정확히 무슨 내용인지, 그리고 모건스탠리가 그동안 내놓은 비슷한 경고들이 실제로 얼마나 들어맞았는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 관련해서 최근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 89조 — 지금 사면 PER 몇 배에 사는 걸까에서 다룬 적이 있어요. 함께 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이번 리포트 — 무슨 내용인가
모건스탠리는 이번 리포트에서 메모리 반도체 업종의 '조정'을 예상한다며 세 가지 근거를 들었습니다.
- D램 가격 상승세 둔화
- 재고 개선 흐름의 안정화(더 이상의 급격한 개선 여지 축소)
- 실적 전망치(EPS) 상향 조정 흐름이 정점을 지났다는 판단
이를 근거로 반도체 비중을 줄이고 하이퍼스케일러(대형 데이터센터·클라우드 기업)로 자금을 옮길 것을 권고했습니다. AI 투자 사이클의 무게중심이 반도체 제조사에서 이를 활용하는 빅테크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논리입니다. 관전 포인트로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관련 설비투자(CAPEX) 가이던스가 계속 유지되는지를 꼽았습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렇게 '비중 축소'를 권고하면서도 내년 이익 전망 자체는 35~40% 성장으로 여전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펀더멘털이 무너진다는 얘기라기보다는, 이미 많이 오른 만큼 단기 조정 가능성과 순환매(로테이션)를 이야기하는 리포트에 가깝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왜 '반도체 저승사자'라 불릴까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국내 언론에서는 모건스탠리를 '반도체 저승사자'라고 부르는데, 그럴 만한 전적이 있습니다.
2021년 — 첫 번째 '겨울이 온다'
모건스탠리는 2021년 8월 '반도체: 겨울이 온다(Winter Is Coming)'는 제목의 리포트로 메모리 사이클 고점론을 제기했습니다. 이 리포트 이후 실제로 메모리 반도체주가 조정을 받았습니다.
2024년 9월 — 두 번째 '겨울이 온다', SK하이닉스 목표가 반토막
2024년 9월에는 더 파격적이었습니다.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절반 넘게 낮추고 투자의견을 '비중 축소'로 하향했습니다. "메모리 업황이 악화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매출 성장과 마진 모두 어려워질 것"이라는 논리였고, HBM 공급 과잉과 AI 버블 가능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 리포트가 나온 직후 SK하이닉스 주가는 급락했습니다.
다만 이때 다른 증권사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습니다. 삼성증권은 "HBM 공급 과잉이 예상된다면 엔비디아가 왜 삼성전자에 추가 공급을 요청하겠느냐"고 반문했고, 신영증권은 2025년 HBM 수요를 2,200억GB, 공급을 1,900억GB로 추산하며 오히려 '공급 부족 지속'을 전망했습니다. 노무라증권도 "실제 공급 과잉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고, 트렌드포스 역시 "덜 비관적"이라며 2025년 D램 가격 상승을 예상했습니다. 즉 당시에도 모건스탠리의 공급 과잉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 기관들이 많았습니다.
2025년 9월 — 스스로 논조를 바꾸다
1년 뒤인 2025년 9월, 모건스탠리는 '올해는 겨울이 따뜻하다(Warm Winter This Year)'는 리포트로 톤을 누그러뜨렸습니다.
2026년 1월 — 완전히 반대로, 목표가 대폭 상향
그리고 불과 몇 달 뒤인 2026년 1월에는 입장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7만원에서 21만원으로, SK하이닉스는 84만원에서 무려 110만원으로 올려잡았습니다. 2024년 9월 '비중 축소' 당시 목표가(12만원)와 비교하면 1년여 만에 목표가를 9배 가까이 높인 셈입니다. AI發 수요로 공급 부족이 예상보다 심각하고 가격 상승도 가팔랐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2026년 7월 — 다시 '팔아라'
이렇게 반년 만에 다시 '비중 축소'로 돌아온 것이 이번 리포트입니다. 정리하면 최근 5년 사이에만 겨울론→해빙→슈퍼사이클론→다시 겨울론으로, 최소 네 차례 입장이 크게 바뀐 셈입니다.
그래서 적중률은 어땠나
냉정하게 보면 완전히 틀렸다고 하기도, 완전히 맞았다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2021년, 2024년 경고 모두 발표 직후에는 실제로 주가가 조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단기 충격'을 주는 데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2024년 9월의 '공급 과잉' 논리 자체는 다른 다수 기관의 반박대로 실현되지 않았고, 오히려 그 이후 목표가를 9배 가까이 올려야 할 정도의 슈퍼사이클이 뒤따랐습니다. 즉 '방향성 있는 충격'은 줬지만, 그 근거가 된 중장기 전망은 매번 오래 못 가고 뒤집혔다는 게 지금까지의 패턴에 가깝습니다.
이번 리포트도 마찬가지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리포트 스스로도 내년 이익 성장률을 35~40%로 여전히 높게 보고 있다는 점, 그리고 과거 '비중 축소' 논리가 반년~1년 단위로 뒤집혀온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경고 역시 장기 추세 전환이라기보다 단기 차익실현·로테이션 심리를 자극하는 성격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물론 이번엔 다를 수도 있으니, 단정할 문제는 아닙니다.
정리하며
모건스탠리의 이번 '메모리 비중 축소' 리포트는 D램 가격 상승 둔화, 재고 안정화, EPS 상향 정점 통과라는 나름의 근거를 갖추고 있습니다. 다만 이 기관이 최근 5년간 반도체 업황에 대해 여러 차례 입장을 크게 바꿔왔고, 그때마다 다른 증권사들과 다른 결론에 도달했던 전례가 있다는 점도 함께 알아두시면 판단에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이 글은 공개된 리포트 내용과 언론 보도를 정리한 것으로,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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