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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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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사고의 원인은 공급자인데, 해결은 왜 항상 개인 투자자 제한인가

제로·2026. 06. 24.·읽기 9

증권사 앱을 처음 설치하면 반드시 마주치는 화면이 있습니다. 투자 성향 분석입니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어도 고수익을 원하십니까?" "자산의 20%가 갑자기 빠진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몇 가지 질문에 답하면 화면이 바뀝니다. "고객님은 안정형 투자자입니다."

📌 관련해서 최근 금감원장의 '반성과 후회', 과연 누구를 위한 말인가? - 레버리지 ETF 정책의 모순에서 다룬 적이 있어요. 함께 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셨나요? 안정형으로 분류돼도 레버리지 ETF를 살 수 있습니다. 화면에 경고 문구가 뜨긴 하지만, "그래도 구매하겠습니다" 버튼 하나면 끝입니다. 성향 분석이 실질적으로 막아주는 건 단 한 가지도 없는 셈이죠.

이게 시작입니다. 한국 금융당국의 규제가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첫 번째 장면입니다.

절차는 복잡하고, 실질은 없다 — 책임 전가 시스템 해부

레버리지 ETF나 파생상품을 처음 거래하려면 의무 교육을 이수해야 합니다. 보통 20~30분짜리 영상입니다. 현실이 어떤지는 많은 분들이 이미 아실 겁니다. 영상을 틀어두고 다른 일을 하다가 완료 버튼만 누릅니다. 시험이 있어도 통과할 때까지 반복 응시가 가능하니, 사실상 이수는 보장되는 구조입니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절차, 즉 성향 분석과 의무 교육은 대체 무엇을 위한 걸까요? 투자자 보호가 목적이라면 이해도를 실제로 검증하거나 특정 상품에 대한 접근 자체를 제한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대신 기록을 남깁니다. "우리는 성향을 분석했고, 경고했고, 교육도 이수시켰습니다." 손실이 나고 나면 금융사와 당국이 꺼낼 수 있는 면책의 증거들입니다. 절차는 복잡하게 쌓아두고, 실질 제한은 거의 없는 이 구조가 형식주의의 극단적인 형태인 이유입니다.

ELW 사태 — 원인은 LP였는데, 퇴출당한 건 개인 투자자였습니다

2011년 전후로 ELW(주식워런트증권) 시장에서 구조적인 불공정이 드러났습니다. LP(유동성공급자), 주로 대형 증권사들이 특정 스캘퍼(초단타 매매자)에게 일반 투자자보다 빠른 전용 네트워크 회선을 제공한 것입니다. 호가가 일반 투자자에게 도달하기도 전에 먼저 치고 들어오는 거래가 가능했습니다. 구조적으로 개인 투자자가 불리할 수밖에 없는 시장이었습니다.

검찰 수사까지 이뤄질 정도의 사안이었습니다. 문제의 본질은 분명했습니다. LP와 일부 스캘퍼 간의 유착, 그리고 불공정하게 운영된 시장 구조였습니다. 당연한 대응은 LP에 대한 강력한 감시와 처벌이어야 했습니다. 불공정 행위를 저지른 쪽을 직접 겨냥하는 게 맞습니다.

당국이 선택한 해결책은 달랐습니다. ELW 기본예탁금을 1,500만 원으로 대폭 인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ELW 시장은 사실상 고사했습니다. 원인을 제거한 게 아니라, 개인 투자자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방식으로 문제를 없앤 겁니다. LP는 그대로였고, 개인 투자자는 떠났습니다.

레버리지 ETF 폭락 — 이번엔 당국이 직접 만든 상품이었습니다

2026년 6월 23일, 코스피 지수가 하루 만에 -9.99% 급락했습니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는 같은 날 -25%에 달하는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반성하고 후회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상품이 왜 만들어졌는지를 먼저 짚어야 합니다. 홍콩 등 해외 레버리지 상품으로 빠져나가던 국내 투자 자금을 국내 시장으로 환류시키기 위한 정책적 선택이었습니다. 당국 스스로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설계하고 허용한 상품인 겁니다. 자금이 해외로 나갈 때는 불러들이는 도구를 만들고, 손실이 나면 그 도구를 구매한 개인을 제한하겠다는 구조입니다.

이제 폭락이 났으니 대응이 나옵니다. 기본예탁금 인상, 교육 강화, 접근 제한 검토. ELW 때와 패턴이 같습니다. 상품을 만든 의도와 구조적 리스크에 대한 질문은 없습니다. 규제의 방향은 다시 개인 투자자 쪽을 향합니다. 아이러니하다는 표현이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해외는 어떻게 다른가 — 진짜 의미 있는 규제란 이런 겁니다

비교 대상으로 미국 옵션 거래 규제를 보면 차이가 명확합니다. 미국의 옵션 계좌는 Level 1부터 Level 4까지 단계가 나뉘며, 각 단계마다 거래할 수 있는 전략이 실질적으로 다릅니다. 커버드콜(보유 주식을 담보로 한 콜옵션 매도)은 Level 1에서 가능하지만, 네이키드풋 매도(담보 없이 풋옵션을 파는 무한 손실 가능 전략)는 Level 4가 되어야 접근할 수 있습니다. 교육 이수 여부가 아니라 실제 투자 경험, 자산 규모, 거래 이해도를 종합 심사해서 단계를 부여합니다.

유럽의 MiFID II(금융상품시장지침)도 자문 계좌에서는 투자자 적합성을 실질적으로 판단해 특정 상품 접근 자체를 막습니다. 절차를 밟았다는 기록이 아니라, 실질적인 접근 제한이 있는 규제입니다.

한국은 어떤가요. 절차는 있습니다. 성향 분석, 의무 교육, 경고 동의 클릭. 그런데 막히는 건 없습니다. 형식은 쌓여 있는데 실질이 따라오지 않습니다. 글로벌 금융 시장의 규제 흐름과 비교할수록 이 간극이 더 눈에 띄는 이유입니다.

진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먼저 분명히 해둘 게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 투자자에게 고위험 상품을 제한 없이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아닙니다. 고위험 상품에 대한 합리적 규제는 당연히 필요합니다. 문제는 방향입니다.

첫째, 공급자 측 문제라면 공급자를 규제해야 합니다. ELW 사태처럼 LP의 불공정 행위가 원인이었다면, LP를 엄격히 감시하고 처벌하는 게 먼저입니다. 당국이 설계한 상품의 구조적 리스크가 문제라면 상품 설계 기준을 손봐야 합니다. 원인과 대응의 대상이 일치해야 규제가 의미를 갖습니다.

둘째, 형식이 아닌 실질로 작동해야 합니다. 교육이 이해도를 검증하지 못한다면, 실제로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바꿔야 합니다. 성향 분석이 클릭 한 번으로 무력화된다면, 그 절차는 투자자 보호가 아니라 면책 장치에 불과합니다. 손익 계산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레버리지를 잡는 투자자를 막으려면, 수익률과 손익분기 구조에 대한 이해를 실제로 확인하는 절차가 있어야 합니다.

셋째, 손실 이후 사후 규제 패턴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폭락이 나고 나서 접근을 막는 건 사후 약방문입니다. 상품 도입 전에 구조적 리스크를 충분히 검토하고, 어떤 투자자에게 적합한지 기준을 먼저 세우는 것이 순서입니다. "반성한다"는 말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때 의미가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규정대로 성향 분석을 하고 교육을 이수합니다. 금감원장이 "반성한다"고 말하는 자리에서, 같은 날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은 다음 규제를 기다리는 처지가 됩니다. 이 패턴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반성의 방향이 달라져야 합니다.


⚠️ 투자 유의사항 (Investment Disclaimer)

이 글은 투자 참고 목적의 정보성 콘텐츠입니다.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으며, 투자 결정에 따른 손익은 전적으로 투자자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위험이 있으므로, 투자 전 반드시 본인의 투자 목적·성향·리스크 감내 수준을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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