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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반도체 폭락, 범인은 공매도가 아니라 밸류에이션과 레버리지였다

제로·2026. 07. 31.·읽기 7
반도체 웨이퍼를 검사하는 반도체 공장 내부
전 세계 반도체·AI 인프라 종목이 7월 한 달 동안 동시에 무너졌습니다. (사진: Pexels)

7월 폭락장을 두고 "공매도 세력이 작정하고 후려쳤다"는 말이 유독 많이 들립니다. 딱히 전쟁이나 지정학 이슈가 새로 터진 것도 아닌데 코스피가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하며 하루 만에 -10.84% 빠졌고, 전 세계 반도체·AI 인프라 종목이 동시에 무너졌으니 그렇게 느껴질 만합니다. 그런데 실제 데이터를 뜯어보면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방아쇠를 당긴 건 공매도가 아니라 실적·밸류에이션 재평가였고, 공매도는 그 위에 올라탄 가속 페달에 가까웠습니다.

📌 관련해서 최근 레오폴드 아셴브레너, 4배 레버리지 쓴 01년생 천재의 45조 펀드 하루 만에 무너졌다에서 레버리지가 낙폭을 어떻게 증폭시키는지 실제 사례로 다룬 적이 있어요. 이번 글의 두 번째 원인과 바로 이어지는 이야기라 함께 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다들 공매도를 의심하지만, 진짜 방아쇠는 실적이었다

7월 폭락의 시작점을 시간 순으로 짚어보면 뚜렷한 촉매들이 보입니다. 먼저 알파벳·메타가 AI 인프라 투자(CapEx)를 계속 늘리면서 잉여현금흐름(FCF)이 나빠졌다는 실적 발표가 나오자, 시장은 "AI가 얼마나 성장하느냐"보다 "그 투자가 실제로 돈이 되느냐"로 시선을 옮겼습니다.

여기에 메타가 자체 AI 컴퓨팅 여유 용량을 외부에 되파는 'Meta Compute' 사업을 준비한다는 소식까지 겹치면서, AI 인프라 수요-공급 구도 자체에 대한 의심이 커졌습니다 (Intellectia). 같은 시기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상장 첫날 약 460% 폭등하며 인텔 시가총액을 추월했고, 4년 안에 마이크론의 생산능력을 앞지를 거란 전망까지 나오면서 "중국이 예상보다 빨리 따라온다"는 공포가 확산했습니다. SK하이닉스가 HBM 증설 속도를 조절한다는 소식, 새로 취임한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까지 겹쳤습니다 (Bloomberg).

즉 이번 조정은 딱히 다른 이슈가 없어서 이상해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실적·밸류에이션발 '셀온(sell-on)' 장세로 설명이 되는 흐름입니다.

그런데 낙폭은 왜 이렇게 컸을까 — 레버리지의 증폭 효과

문제는 이 조정이 시작된 시점에, 반도체·AI 인프라 종목에 레버리지를 크게 얹어둔 자금이 유독 많았다는 데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지난 1년간 반도체 지수가 급등하면서 그 상승을 레버리지로 극대화하려는 헤지펀드·개인 투자자가 늘었고, 이런 포지션은 하락이 시작되면 마진콜에 몰려 강제 매도를 쏟아내며 낙폭을 다시 키우는 되먹임(feedback loop)을 만듭니다.

실제로 4배 레버리지로 AI 인프라주를 집중 매수했던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가 이번 달 프라임 브로커들의 마진콜에 몰려 보유 상장주식을 통째로 강제 청산한 사례가 이 메커니즘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레버리지가 클수록 같은 낙폭도 훨씬 아프게 다가오고, 그 고통이 다시 매도 물량으로 돌아오는 구조입니다.

빨간색으로 급락한 주가 데이터가 표시된 전광판
레버리지 포지션의 마진콜은 하락을 하락으로 되먹이는 구조를 만듭니다. (사진: Pexels)

ETF가 '기계적으로' 전 세계를 동시에 떨어뜨렸다

여기에 더해 전 세계 증시가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빠진 데는 ETF 구조의 역할이 큽니다. 레버리지 ETF는 매일 기초지수 등락률의 2배·3배를 맞추기 위해 장 마감 무렵 기계적으로 리밸런싱을 합니다. 기초지수가 빠지면 ETF 운용사가 정해진 규칙에 따라 자동으로 추가 매도를 해야 하는 구조라, 누군가 의도적으로 공격하지 않아도 하락이 하락을 부르는 효과가 생깁니다.

여기에 반도체·AI 테마 ETF들이 국가와 관계없이 비슷한 종목(엔비디아·SK하이닉스·마이크론·TSMC 등)을 함께 담고 있다 보니, 미국에서 시작된 매도가 한국·대만·일본 반도체주로 거의 실시간 전이됩니다. 국내 리포트도 이번 조정을 "밸류에이션 부담 + 종목·지역 쏠림 + 레버리지 ETF 기계적 리밸런싱"이 겹친 구조적 취약성으로 짚고 있습니다 (KB의 생각). "전 세계를 직접 공격하지 않아도 같이 기계적으로 빠진다"는 직관이 맞아떨어지는 지점입니다.

그래서 공매도는 죄가 없나 — 방아쇠 아닌 가속 페달

공매도가 아예 관련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실적발 조정으로 추세가 꺾이기 시작하자, 이미 레버리지로 쏠려있던 포지션이 시장에 어느 정도 알려진 상태였던 만큼 공매도 세력이 그 흐름에 올라타 낙폭을 더 키운 정황은 분명 있습니다. 다만 이건 '방아쇠'가 아니라 이미 굴러가기 시작한 눈덩이를 더 세게 미는 '가속 페달' 역할에 가깝습니다. 공매도가 먼저 시장을 무너뜨렸다기보다는, 무너지기 시작한 시장에서 공매도가 유독 효율적으로 작동한 것으로 보는 게 데이터와 더 맞습니다.

결론 — 범인을 하나로 지목하기 어려운 복합조정

정리하면 이번 7월 폭락장은 세 가지 층위가 겹친 결과입니다. ① 알파벳·메타의 CapEx-FCF 우려, 중국의 반도체 추격, SK하이닉스 HBM 속도조절, 매파적 연준 등 실적·밸류에이션발 재평가가 방아쇠를 당겼고 ② 반도체·AI 인프라에 쏠린 레버리지 포지션의 마진콜이 낙폭을 증폭시켰으며 ③ 레버리지 ETF의 기계적 리밸런싱과 테마 ETF의 종목 중복이 이 하락을 전 세계로 동시에 전이시켰고 ④ 공매도는 그 흐름 위에서 가속 페달 역할을 했습니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얻어갈 교훈은 명확합니다. "누가 공격했느냐"를 찾기보다, 내가 들고 있는 종목이 얼마나 레버리지·ETF 구조에 얽혀 있는지를 먼저 점검하는 게 다음 폭락장을 견디는 데 더 실질적인 방어입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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